이탈리아 캠핑-TMB(Tour du Mont Blanc)트레킹③

 

정확히 5시 반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게 어젯밤 기도가 통한 것 같아. 쇄골은 아직 많이 부어 있지만 통증은 훨씬 덜했다. 쥐가 난 스탠 씨의 발걸음도 이제 편해졌다. 맑은 공기를 쐬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정확히 5시 반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게 어젯밤 기도가 통한 것 같아. 쇄골은 아직 많이 부어 있지만 통증은 훨씬 덜했다. 쥐가 난 스탠 씨의 발걸음도 이제 편해졌다. 맑은 공기를 쐬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TMB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멋진 뷰를 가진 산장이라더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산장 너머로 구름에 가려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란조라스가 우뚝 서 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고 한참을 바라봤다. TMB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멋진 뷰를 가진 산장이라더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산장 너머로 구름에 가려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란조라스가 우뚝 서 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고 한참을 바라봤다.

언제 비가 온 것처럼 맑은 하늘이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늘 그렇듯 둘째 날부터는 날씨의 요정이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언제 비가 온 것처럼 맑은 하늘이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늘 그렇듯 둘째 날부터는 날씨의 요정이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산장 조식은 7시 30분까지 제공된다. 어제 하프보드로 예약해서 우리도 조식 먹을 수 있게 되었어.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은 한산하다. 풍경에 넋이 나가 있을 때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밥을 먹고 출발한 것이다. 산장 조식은 7시 30분까지 제공된다. 어제 하프보드로 예약해서 우리도 조식 먹을 수 있게 되었어.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은 한산하다. 풍경에 넋이 나가 있을 때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밥을 먹고 출발한 것이다.

오늘도 후미는 우리가 맡을 테니 열심히 전진해라! 험난한 날이 예상되는 관계로 우선 배부터 든든하게 채워라. 이런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오늘도 후미는 우리가 맡을 테니 열심히 전진해라! 험난한 날이 예상되는 관계로 우선 배부터 든든하게 채워라. 이런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보나티 산장은 실내 인테리어도 마음에 든다. 무심코 놓인 꽃병 하나까지, 감성이 풍부하다. 월터 보나티의 이름을 딴 산장 벽면에는 그의 리즈 시절 사진이 걸려 있다. 오래전부터 정말 멋지게 살았던 남편이네. 보나티 산장은 실내 인테리어도 마음에 든다. 무심코 놓인 꽃병 하나까지, 감성이 풍부하다. 월터 보나티의 이름을 딴 산장 벽면에는 그의 리즈 시절 사진이 걸려 있다. 오래전부터 정말 멋지게 살았던 남편이네.

이제 출발해볼까? 다행히 한국보다 늦게 출발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았다. 찾아가지 않은 폴이 왠지 마음을 안심시켜 준다. 이제 출발해볼까? 다행히 한국보다 늦게 출발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았다. 찾아가지 않은 폴이 왠지 마음을 안심시켜 준다.

지친 어제의 우리처럼 너희도 만신창이구나.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날이 될 것 같으니 제발 잘 걸어줘. 지친 어제의 우리처럼 너희도 만신창이구나.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날이 될 것 같으니 제발 잘 걸어줘.

 

어제 엄한 환영식을 한 탓인지 배낭이 한 몸처럼 등에 달라붙는다.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첫 목적지 엘레나 산장을 향해 출발. 아직 웃고 있어. 어제 엄한 환영식을 한 탓인지 배낭이 한 몸처럼 등에 달라붙는다.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첫 목적지 엘레나 산장을 향해 출발. 아직 웃고 있어.

–보기만 해도 쫄쫄이 이정표에는 뭐라고 적혀 있는가. 엘레나 산장까지 2시간 30분. 표지판 위에 포개진 시간이 자주 눈에 띄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보기만 해도 쫄쫄이 이정표에는 뭐라고 적혀 있는가. 엘레나 산장까지 2시간 30분. 표지판 위에 포개진 시간이 자주 눈에 띄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출발 후 2시간 정도는 큰 오르막 없이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속도를 조금 내도 된다. 초반에 좀 잘못 들어서 목장에 갔어. 똥을 많이 밟았으니 오늘도 운이 좋을까? 출발 후 2시간 정도는 큰 오르막 없이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속도를 조금 내도 된다. 초반에 좀 잘못 들어서 목장에 갔어. 똥을 많이 밟았으니 오늘도 운이 좋을까?

그란조라스와 몽블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날이 드물다고 한다. 오늘은 두 개의 봉우리가 선명하기는커녕 아플 정도로 눈에 들어온다. 몬드라삭스 능선을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이 해소됐다. 그란조라스와 몽블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날이 드물다고 한다. 오늘은 두 개의 봉우리가 선명하기는커녕 아플 정도로 눈에 들어온다. 몬드라삭스 능선을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이 해소됐다.

어제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 위험한 구간도 있었다. 앞서 간 일행 중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물을 건너게 해준다. 그 틈에 끼어 나도 계곡을 건넜다. 뜻밖에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아 보았다. 어제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 위험한 구간도 있었다. 앞서 간 일행 중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물을 건너게 해준다. 그 틈에 끼어 나도 계곡을 건넜다. 뜻밖에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아 보았다.

길 밑에 어제 머물기로 했던 비박지가 보인다. 누군가 그 세찬 빗속에서도 텐트를 친 것 같아. 여기서 캠핑을 했다면 트레킹이 끝나는 날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길 밑에 어제 머물기로 했던 비박지가 보인다. 누군가 그 세찬 빗속에서도 텐트를 친 것 같아. 여기서 캠핑을 했다면 트레킹이 끝나는 날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배낭을 내려놓자 세상의 짐을 다 벗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아픈 어깨 때문에 잠시 쉬기로 한 짧은 순간에도 잠을 잘 수 있는 당신이 정말 부럽네요. 이 자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양이었다. 배낭을 내려놓자 세상의 짐을 다 벗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아픈 어깨 때문에 잠시 쉬기로 한 짧은 순간에도 잠을 잘 수 있는 당신이 정말 부럽네요. 이 자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양이었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힘차게 걷는 스탠 씨. 본인 스스로도 어제 많이 당황한 것 같아. 체력은 자신 있다고 외치던 사람인데 세월의 흐름이 무상할 뿐이다. 열심히 운동합시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힘차게 걷는 스탠 씨. 본인 스스로도 어제 많이 당황한 것 같아. 체력은 자신 있다고 외치던 사람인데 세월의 흐름이 무상할 뿐이다. 열심히 운동합시다.

7월이지만 2천m 산 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름 같지 않았다. 햇살이 산허리까지 올라와도 아직 쌀쌀하다. 걷기 좋은 날씨. 가마솥의 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이곳의 맑은 공기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7월이지만 2천m 산 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름 같지 않았다. 햇살이 산허리까지 올라와도 아직 쌀쌀하다. 걷기 좋은 날씨. 가마솥의 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이곳의 맑은 공기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엘레나 산장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당장 오르막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걸으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그러나 그 다음 구간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엘레나 산장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당장 오르막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걸으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그러나 그 다음 구간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TMB는 명성만큼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이 사람. 자전거까지는 봤는데 산악자전거에 배낭이라니.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가는 게 최고지. TMB는 명성만큼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이 사람. 자전거까지는 봤는데 산악자전거에 배낭이라니.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가는 게 최고지.

내리막 구간에 접어들었다. 300m를 계속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바래고개까지 1,100m를 오른다. 숫자에 약한 나는 이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내리막 구간에 접어들었다. 300m를 계속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바래고개까지 1,100m를 오른다. 숫자에 약한 나는 이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은 들꽃들이 고운 자태로 가는 길을 배웅해 주었다. 구간마다 피어 있는 꽃의 종류가 달랐다. 벚꽃놀이는 트레킹 내내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은 들꽃들이 고운 자태로 가는 길을 배웅해 주었다. 구간마다 피어 있는 꽃의 종류가 달랐다. 벚꽃놀이는 트레킹 내내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아르누바에 도착하면 오늘의 첫 번째 고행의 끝. 여기서 버스를 타고 내일 묵게 될 스위스 샹펙스까지 갈 수도 있다.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저 고개(Col de Ferret)를 넘어야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버스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아르누바에 도착하면 오늘의 첫 번째 고행의 끝. 여기서 버스를 타고 내일 묵게 될 스위스 샹펙스까지 갈 수도 있다.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저 고개(Col de Ferret)를 넘어야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버스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평지를 걷는 것은 보기만 해도 평화로워졌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놀다가 버스를 타고 샹펙스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장점이지만 스탠 씨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이미 그곳까지 가버렸다. 평지를 걷는 것은 보기만 해도 평화로워졌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놀다가 버스를 타고 샹펙스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장점이지만 스탠 씨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이미 그곳까지 가버렸다.

두 번째 고행이 시작됐다. 엘레나 산장은 우리가 내려온 만큼 올라야 나타난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한참을 걸어온 길이 뿌듯하다. 두 번째 고행이 시작됐다. 엘레나 산장은 우리가 내려온 만큼 올라야 나타난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한참을 걸어온 길이 뿌듯하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스탠 씨가 한마디 한다. 그분처럼 나도 당신의 백발이 될 때까지 손을 잡아 주겠다. 센스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타이밍에 감동을 주네. 서로 잘해주려고 등을 두드려주자 갑작스러웠던 부부애가 샘솟는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스탠 씨가 한마디 한다. 그분처럼 나도 당신의 백발이 될 때까지 손을 잡아 주겠다. 센스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타이밍에 감동을 주네. 서로 잘해주려고 등을 두드려주자 갑작스러웠던 부부애가 샘솟는다.

계속 오르막길. 계속 오르막길.

군데군데 만년설이 쌓여 있었다. 왼쪽은 절벽이지만 안전표시도, 잡고 건널 수도 없다. 사진에서는 별로 무서워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한 여성은 눈길 한가운데 서서 얼굴이 하얘지고 울부짖으며 난리를 쳤다. TMB에서는 위험한 상황도 여행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군데군데 만년설이 쌓여 있었다. 왼쪽은 절벽이지만 안전표시도, 잡고 건널 수도 없다. 사진에서는 별로 무서워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한 여성은 눈길 한가운데 서서 얼굴이 하얘지고 울부짖으며 난리를 쳤다. TMB에서는 위험한 상황도 여행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정말 아득히 멀다. 계속 올라갔다. 다리 아픈 것도 힘들지만 배고픈 것은 더 힘들었다. 산장에서 먹을 맛있는 점심과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상상하며 걷는다. 정말 아득히 멀다. 계속 올라갔다. 다리 아픈 것도 힘들지만 배고픈 것은 더 힘들었다. 산장에서 먹을 맛있는 점심과 향긋한 커피 한 잔을 상상하며 걷는다.

엘레나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도 스탠씨가 먼저 가서 음식을 주문해놓기로 했다. 어떤 메뉴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 폭발. 엘레나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도 스탠씨가 먼저 가서 음식을 주문해놓기로 했다. 어떤 메뉴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 폭발.

항상 배가 고픈 채 산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배낭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식당으로 달려가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항상 배가 고픈 채 산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배낭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식당으로 달려가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아이고, 이게 뭐야? 자기랑 파니니 하나에 생수랑 콜라가 전부라고요? 5시간에 걸쳐 걸었던 것 치고는 너무 가난했다. 남은 음식이 이것밖에 없대 짜증나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뻔했어. 아이고, 이게 뭐야? 자기랑 파니니 하나에 생수랑 콜라가 전부라고요? 5시간에 걸쳐 걸었던 것 치고는 너무 가난했다. 남은 음식이 이것밖에 없대 짜증나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뻔했어.

단단한 샌드위치를 한 조각 뜯어 입안에 쑤셔 넣었다. 비싸고 맛없는 것을 먹을 때의 기분은 최악이야. 음식에 집착을 버리려 해도 오랜 기다림의 끝이 허망해 화가 났다. 칠판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면서 휴식. 단단한 샌드위치를 한 조각 뜯어 입안에 쑤셔 넣었다. 비싸고 맛없는 것을 먹을 때의 기분은 최악이야. 음식에 집착을 버리려 해도 오랜 기다림의 끝이 허망해 화가 났다. 칠판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면서 휴식.

오늘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계획을 세울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우리 속도라면 엘레나 산장에서 하루 묵는 게 적당했다. 그런데 예약을 못했다. 산장 근처에서는 배낭여행도 절대 금지다. 더 늦기 전에 바래고개를 넘어 캠핑장으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 오늘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계획을 세울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우리 속도라면 엘레나 산장에서 하루 묵는 게 적당했다. 그런데 예약을 못했다. 산장 근처에서는 배낭여행도 절대 금지다. 더 늦기 전에 바래고개를 넘어 캠핑장으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

발밑에는 노란 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슬픈 마음을 꽃들이 풀어내듯 당당하게 예쁘다. 가볍게 밟고 오늘의 최고 난이도인 바래고개를 향해. 발밑에는 노란 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슬픈 마음을 꽃들이 풀어내듯 당당하게 예쁘다. 가볍게 밟고 오늘의 최고 난이도인 바래고개를 향해.

그렇게 넓은 땅인데 텐트 사이트를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산장은 음식을 사먹으면 샤워도 하고 텐트도 칠 수 있게 해주는데 이곳은 너무 야박했다. 그렇게 넓은 땅인데 텐트 사이트를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산장은 음식을 사먹으면 샤워도 하고 텐트도 칠 수 있게 해주는데 이곳은 너무 야박했다.

엘레나 산장에서는 정말 울음소리가 절로 나오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어깨 통증이 가라앉았다. 갔다 쉬었다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우리 모습이 좀비 같았다. 엘레나 산장에서는 정말 울음소리가 절로 나오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어깨 통증이 가라앉았다. 갔다 쉬었다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우리 모습이 좀비 같았다.

어른도, 아이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 우리를 앞질렀다. 하물며 강아지까지.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먹고, 쉬지 않고 이렇게 잘 걷는 것일까. 서양 사람들과 얼싸안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인간의 승리다. 어른도, 아이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 우리를 앞질렀다. 하물며 강아지까지.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먹고, 쉬지 않고 이렇게 잘 걷는 것일까. 서양 사람들과 얼싸안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인간의 승리다.

바래고개는 2,537m로 TMB 루트 중 가장 높은 구간이다. 울음소리는 나지만 그 길을 우리가 두 발로 넘는다는 사실이 가슴 벅찼다. 오르기 힘든 만큼 최고의 풍경으로 보상해준다. 바래고개는 2,537m로 TMB 루트 중 가장 높은 구간이다. 울음소리는 나지만 그 길을 우리가 두 발로 넘는다는 사실이 가슴 벅찼다. 오르기 힘든 만큼 최고의 풍경으로 보상해준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걸어도 웃을 때가 더 많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꼭 담고 가야지. 힘든 순간, 기쁨의 순간, 모두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걸어도 웃을 때가 더 많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꼭 담고 가야지. 힘든 순간, 기쁨의 순간, 모두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화살표 끝은 어디인가? 이 화살표 끝은 어디인가?

드디어 고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TMB에서 우리의 주요 키워드는 ‘힘들다’, ‘좀비’, ‘꼴찌’였다. 좀비처럼 걸어다니다가 힘들게 꼴찌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디어 고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TMB에서 우리의 주요 키워드는 ‘힘들다’, ‘좀비’, ‘꼴찌’였다. 좀비처럼 걸어다니다가 힘들게 꼴찌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이다.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일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걸어서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이다.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일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걸어서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제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로 갈 시간이다. 캠핑장이 있는 라풀리까지는 2시간 45분인데 아마 5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오르막길이 심했던 만큼 내려가는 길 또한 얼마나 멀고 지루할까. 이제 이탈리아를 떠나 스위스로 갈 시간이다. 캠핑장이 있는 라풀리까지는 2시간 45분인데 아마 5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오르막길이 심했던 만큼 내려가는 길 또한 얼마나 멀고 지루할까.

높은 곳이어서 온통 만년설이다. 바람도 엄청 부네. 진일보했을 뿐인데 이탈리아와는 풍경이 전혀 달랐다. 높은 곳이어서 온통 만년설이다. 바람도 엄청 부네. 진일보했을 뿐인데 이탈리아와는 풍경이 전혀 달랐다.

여름에 눈길을 걷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아이젠까지는 필요 없어.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내 슬개골은 중요하니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 여름에 눈길을 걷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아이젠까지는 필요 없어.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내 슬개골은 중요하니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

말뚝 하나가 이정표의 전부다. 안내판을 줄이면 그만큼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우리도 이런건 따라해도 되는데. 말뚝 하나가 이정표의 전부다. 안내판을 줄이면 그만큼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우리도 이런건 따라해도 되는데.

변변한 식사도 없이 8시간이나 걷고 있다. 샘솟은 부부애는 어디 가서 크루아상 하나 때문에 옥신각신했다. 배가 고프면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변변한 식사도 없이 8시간이나 걷고 있다. 샘솟은 부부애는 어디 가서 크루아상 하나 때문에 옥신각신했다. 배가 고프면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내려가는 길에는 진풍경이 별로 없었다. 가끔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올라와 길을 비켜줬다. 우리는 그들이 신기했고, 그들은 우리가 신기한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에는 진풍경이 별로 없었다. 가끔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올라와 길을 비켜줬다. 우리는 그들이 신기했고, 그들은 우리가 신기한 것 같았다.

라퓨리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5시가 됐기 때문이다. 산장은 한눈에 봐도 깨끗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먹을게. 콜라밖에 없어. 좋아하지도 않는데 엘레나 산장에서 계속 콜라라니. 오늘은 먹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날이다. 라퓨리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5시가 됐기 때문이다. 산장은 한눈에 봐도 깨끗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먹을게. 콜라밖에 없어. 좋아하지도 않는데 엘레나 산장에서 계속 콜라라니. 오늘은 먹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날이다.

라퓨리 산장에서는 숲길이 시작된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꽃들조차 눈이 가지 않는다. 너무 배고파서 다리도 다리도 어깨도 천근만근이다. 배낭을 저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라퓨리 산장에서는 숲길이 시작된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꽃들조차 눈이 가지 않는다. 너무 배고파서 다리도 다리도 어깨도 천근만근이다. 배낭을 저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걷는 동안 쉬려고 만들어 놓은 의자를 처음 봤어. 풍경이 예쁘니 용서하지만 어쨌든 정말 불친절한 길임에는 틀림없다. 너무 좋아서 잠시 앉아볼게.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걷는 동안 쉬려고 만들어 놓은 의자를 처음 봤어. 풍경이 예쁘니 용서하지만 어쨌든 정말 불친절한 길임에는 틀림없다. 너무 좋아서 잠시 앉아볼게.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가 어디야? 나는 누구야? 10시간 이상 걸으면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루한 숲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소경이 시작된다. OMG. 여기가 어디야? 나는 누구야? 10시간 이상 걸으면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루한 숲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소경이 시작된다.OMG.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숲길과 랑데부. 스위스 구간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넓은 길이 특별히 좋지 않았다. 억지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랄까. 다리에 힘이 빠지는 시작점에서의 너덜길은 오르막보다 더 머리가 아팠다.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숲길과 랑데부. 스위스 구간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넓은 길이 특별히 좋지 않았다. 억지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랄까. 다리에 힘이 빠지는 시작점에서의 너덜길은 오르막보다 더 머리가 아팠다.

드디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얼마 만에 밟는 평지인가. 하루 사이에 10년은 다 늙어버린 기분이다. 마을에 가서 쇼핑하면서 열심히 해보자. 드디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얼마 만에 밟는 평지인가. 하루 사이에 10년은 다 늙어버린 기분이다. 마을에 가서 쇼핑하면서 열심히 해보자.

기대 안했는데 마침 버스가 올 줄이야. 차 타고 편하게 가기만 해도 되는데 거기다 요금이 무료야. 걸으면 1시간 거리가 버스를 타고 오기 때문에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소똥을 밟은 행운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기대 안했는데 마침 버스가 올 줄이야. 차 타고 편하게 가기만 해도 되는데 거기다 요금이 무료야. 걸으면 1시간 거리가 버스를 타고 오기 때문에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소똥을 밟은 행운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은 아주 작은 차이다. 마트가 간발의 차로 문을 닫았다. 우리 같으면 열어줬을 텐데 이 사람들은 야속하기도 해.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에 한동안 행복했다. 행복과 불행은 아주 작은 차이다. 마트가 간발의 차로 문을 닫았다. 우리 같으면 열어줬을 텐데 이 사람들은 야속하기도 해.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에 한동안 행복했다.

Camping des Glaciers. 라풀리에 있는 캠핑장이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 TMB 돈다고 하니까 요금을 할인해줘. 귀한 돈으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어. 리셉션에서는 간단한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고기를 팔지 않아서 아쉽다. Camping des Glaciers. 라풀리에 있는 캠핑장이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 TMB 돈다고 하니까 요금을 할인해줘. 귀한 돈으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어. 리셉션에서는 간단한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고기를 팔지 않아서 아쉽다.

캠핑장은 한눈에 봐도 꽤 넓었다. 캠핑카 구역과 배낭여행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다. TMB 구간에 있기 때문에 알파인 텐트가 굉장히 많았다. 아침에 보나티 산장에서 봤다는 이유만으로 왠지 반가운 얼굴도 있었어. 캠핑장은 한눈에 봐도 꽤 넓었다. 캠핑카 구역과 배낭여행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다. TMB 구간에 있기 때문에 알파인 텐트가 굉장히 많았다. 아침에 보나티 산장에서 봤다는 이유만으로 왠지 반가운 얼굴도 있었어.

배정된 자리에 텐트를 쳤다. 노란색이 내 눈에는 제일 예뻐. 미국에서 우리와 함께 간 텐트인데 TMB에 와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배정된 자리에 텐트를 쳤다. 노란색이 내 눈에는 제일 예뻐. 미국에서 우리와 함께 간 텐트인데 TMB에 와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 끼 정도는 늘 배낭 안에 비축해뒀다. 오늘이 바로 비상식량을 먹게 되는 날이다. 오두막 안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백패킹존에 이런 휴식공간이 있으면 캠핑하기 좋다.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는 경쟁이 치열했다. 휴대전화도 여기서 충전할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 끼 정도는 늘 배낭 안에 비축해뒀다. 오늘이 바로 비상식량을 먹게 되는 날이다. 오두막 안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백패킹존에 이런 휴식공간이 있으면 캠핑하기 좋다.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는 경쟁이 치열했다. 휴대전화도 여기서 충전할 수 있다.

아끼던 전복 즉석밥과 사발면을 꺼내자 순간 이목이 집중된다.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K-food 때문인지. 후자라고 생각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 있게 먹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 리셉션에서 사온 맥주 한 캔은 화룡점정. 길고 힘든 하루였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걸었던 날이 있었나. 12시간을 허기진 배와 싸우며 걸었다. 기특하다. 기특하다. 이제 달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고생한 스탠(スタンさんした) 씨, 시원하게 한 잔 계속 하세요. 아끼던 전복 즉석밥과 사발면을 꺼내자 순간 이목이 집중된다.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K-food 때문인지. 후자라고 생각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 있게 먹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 리셉션에서 사온 맥주 한 캔은 화룡점정. 길고 힘든 하루였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걸었던 날이 있었나. 12시간을 허기진 배와 싸우며 걸었다. 기특하다. 기특하다. 이제 달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고생한 스탠(スタンさんした) 씨, 시원하게 한 잔 계속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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